[아산신문] 아산의 미래인 ‘아이들’ 교육을 다루는 아산시 정책이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앞서 기자는 교육자유특구 설치 운영의 근거가 될 법령이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세히 알렸다.
박경귀 시장은 교육자유특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시민단체가 교육자유특구 추진에 반대하자 박 시장은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제도 중 하나이며, 특구 내 학교에서 다채로운 교육활동을 운영할 수 있는 공교육의 선도적 모델”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의 다양성을 촉진하고 수많은 영세한 대안학교들을 양성화하여 아이들의 꿈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교육자유특구 지정에 도전할 것”이란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가 무색하게 교육자유특구는 법안 입안 단계에서 빠졌다. 사뭇 허망한 결말이다.
교육정책은 전문성을 중시하는 정책 분야다. 그래서 중앙 정부에서도 교육과 경제를 분리했고,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에게 부총리 직급을 부여해 놓고 있다.
하지만 교육자유특구 정책을 추진하는 아산시의 행태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였다. 이 정책은 지난 1월 박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내린 ‘지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책을 지시한 당시에도 교육자유특구를 둘러싸고 찬반 입장이 첨예했고, 기자 역시 이 점을 자세히 보도했었다. (관련기사 : http://www.assinmun.kr/news/view.php?no=10816 )
물론 실무자들이 최종 결정권자인 시장의 지시를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직자 A 씨는 “실무자는 여러 정책을 검토해 제안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지자체장이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전문성과 특수성을 요하는 정책분야인 만큼 관련 부서에서 교육 이해당사자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었다.
더구나 교육자유특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시된 사안이고, 앞서 적었듯 논란이 첨예한 사안이었던 만큼 유관부서인 교육부와 국회 안팎 동향을 잘 살폈어야 했다. 여기에 지자체장이 정책적 고민 없이 추진한다고 판단했다면, 한 번 쯤은 제동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국회 법사위에서 교육자유특구 관련 조항을 삭제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 파악 없이 교육청소년과는 전담인력 충원을 요청했고, 총무과는 이 같은 요청을 반영한 인력충원안을 시의회에 냈으니 말이다.
행정이 의사결정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지자체장의 말 한 마디로 움직이는 시절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이런 의사결정이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정책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행정의 기본은 합의 구축(consensus building)이고, 이 같은 합의 과정에서 관련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실무자의 견해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과 같이 지자체장의 지시만으로 정책이 추진됐다가 어이 없이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 정책을 다루는 실무진들이 교육자유특구 때문에 아산시 여론이 분열하고, 소모적 공방을 벌여야 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