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획] 사법 리스크에 휘청이는 아산·천안 지자체장, 시민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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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법 리스크에 휘청이는 아산·천안 지자체장, 시민은 괴롭다

박경귀 아산시장 1심 중형에 이어 박상돈 천안시장 중형 구형까지
기사입력 2023.07.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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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박경귀 아산시장이 1심 법원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로부터 벌금 1500만원형을 선고 받고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충남 수부도시를 자처하는 천안·아산 두 지자체장이 사법 리스크로 휘청이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과 박경귀 아산시장은 지난 1월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차례로 법원 문턱을 넘나 들었다. 이어 아산 박 시장이 중형을 선고 받고 법원을 빠져 나갔고, 천안 박 시장도 징역형을 구형 받고 법원을 나왔다. 

 

먼저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여섯 차례 심리 끝에 지난 6월 아산 박 시장에게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800만원을 구형했는데, 1심 재판부는 두 배 가까운 엄벌을 가했다. 

 

박 시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마침내 항소심은 대전고법에서 19일 오후 열린다. 박 시장 항소심 키워드는 ‘전관’이다. 

 

1심 선고 직후 항소심은 국선변호인이 사건을 맡았다. 하지만 아산 박 시장은 윤성묵 변호사를 선임했다. 윤 변호사는 25년간 대전지법·고법 등 지역법원에서 일하다 올해 2월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한 ‘전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변호사시험 1회 출신 김미화 변호사, 그리고 1심 변호를 맡았던 이동환 변호사가 가세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전관’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조인 A 씨는 “판결문을 검토해 봤는데, 전관 변호사라고 해서 1심을 뒤집을 근거를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 시장으로선 최고 수준의 변론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전관 변호사 선임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법조인 B 씨 역시 “그간 사건진행을 따져보면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경우 전관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전관의 영향력은 세간의 관심이 덜한 사건에서 발휘되기 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이례적 징역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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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14일 검찰로부터 징역 1년 6월형을 구형 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론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 박 시장은 아직 재판부 선고 절차가 남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한 점이 이례적이다. 법조인들은 검찰 구형량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초 박 시장은 선거공보물에 재임 중 ‘고용률 전국 2위·실업률 전국최저’임을 부각하면서 ‘인구 50만 이상’이란 조건을 누락한 게 빌미가 돼 검찰 기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이 시청,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전 모 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공무원 선거 개입 혐의가 더해졌다. 

 

특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 모 씨 집과 랩탑 컴퓨터 등에서 시청 내부자료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이는 박 시장을 궁지에 몰아 넣었다. 검찰은 이 증거들을 토대로 천안 박 시장, 강 모 보좌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천안 박 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을 기간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이들을 다시 6.1지방선거에 ‘투입’했다는 점이다. 

 

검찰이 가장 심각하게 여긴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검찰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건 공직선거법이 불식하고자 하는 관권선거에 해당하며, 다른 선거 사건에 비해 사안의 중대성이 훨씬 크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공직선거법 85조 1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징역형을 구형한 건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핵심은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할지 여부로 보인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부당하게 증거물들을 취득했고, 이 증거물들이 법정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천안 박 시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면서 “박(상돈) 시장이 공보물에 허위사실이 적힌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진술만으론 실체적 진실이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압수한 물증을 통해 박 시장의 고의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충남 수부도시이자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천안·아산 지자체장이 ‘사이좋게’ 일주일이 멀다하고 법원 문턱을 넘나들며 검찰과 재판부에 강도 높게 추궁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건 실로 참담하다. 

 

게다가 사법부가 두 박 시장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거나 선고가 예상되는 작금의 상황은 공직사회나 시민에게 자괴감을 안기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일단 법적으론 무죄추정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두 박 시장이 선출직 공직자인 만큼, 그 자리에 따르는 윤리적·도덕적 책임은 분명히 짊어지기 바란다. 특히 윤리적 책임 면에서 아산 박 시장이 1심 선고 후 보여준 모습은 파렴치에 가깝다.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무조건 잘못을 부인하고, 재판부탓 하는 행태로 일관하기보다 스스로의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짊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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