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산시 탕정면 일대에 ‘탕정2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감정평가법인 임원이 사업부지 일대에 땅을 사들인 정황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토지주들은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시세차익을 챙기기 위해 땅을 매입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8월 탕정면·음봉면 일원 3,571,810㎡ 일대를 '아산탕정2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국가 전략산업인 4차 산업 분야의 육성·지원과 배후주거단지 조성을 통해 주거·산업·연구가 어우러진 융·복합 성장거점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개발구역 지정 4년 만인 지난 9월 LH는 토지 소유주와 보상절차 협의에 들어갔다. LH는 현금이 아닌 토지로 보상 받기를 원하는 토지주를 위해 대토 보상 신청도 함께 접수했다.
하지만 토지주들은 반발했다. 토지감정가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게 토지주들의 입장이다.
토지주들은 LH와 보상가 협의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을 발견했다. LH는 J 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그런데 J 법인 충남지부 박 모 이사가 사업부지인 아산시 탕정면 동산리 일대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즉, 감정평가를 맡은 법인의 임원이 소유한 토지가 포함된 사업부지 일대를 감정평가했다는 의미다.
등기부 등본을 살펴보면 박 이사는 지난 2018년 5월 다른 6명과 동산리 일대 토지 1,000여 평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난다. 익명을 요구한 토지주 A 씨는 오늘(2일) 오전 기자에게 "박 이사가 미리 개발정보를 입수해 동산리 일대 땅을 사들였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이를 두고 당장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감정평가법 제25조 2항은 "감정평가법인등은 자기 또는 친족 소유, 그밖에 불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토지 등에 대해서는 그 업무를 수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의심스런 정황은 또 있다. 박 이사 외 6명이 소유한 토지는 2022년 1월 '답'(밭)에서 ‘대지’로 형질이 변경됐다.
형질변경이 이뤄진 시점은 사업인정고시 후 1년 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토지보상법 제25조 1항은 공익사업을 위한 사업인정고시가 있으면 토지 형질변경을 금지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도시개발사업 일대 토지주들, “기존 감정가 원천 무효”
현재 LH와 토지주들은 보상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LH가 제시한 대토 보상가는 ▲ 단독주택용지 190~220만원 ▲ 준주거용지 300~350만원 ▲ 상업용지 480만원 선이다.
이에 대해 토지주들은 "LH가 내놓은 보상가는 시세의 1/3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감정평가법인 이사가 사업부지 일대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토지주들은 기존 감정평가는 원천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탕정2개발사업 토지주대책위는 "J 법인은 감정평가법 제25조 2항을 위반했음이 명백해 보인다. 이 경우 법인은 설립인가 취소 혹은 2년 이내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LH가 지난 9월 제시한 감정평가 보상가는 예상보다 저평가 됐다. 그런데 법률 위반 정황이 드러난 만큼 기존 감정평가는 무효에 해당한다. 이에 LH는 관련자들을 엄벌하는 한편 감정평가사를 해촉해 주기 바란다. 대책위는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할 것"이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기자는 박 이사 입장을 듣고자 천안시 두정동 소재 J 감정평가법인 충남지부 사무실을 찾았지만 충남지부 측은 "격일 근무 중인데, 오늘(2일)은 박 이사 휴무일"이라고 알렸다.
이에 기자는 연락처를 지부 직원에게 남기고 답변을 요청했다. 본지는 박 이사가 입장을 전해오면 후속보도에 충실히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