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이 시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오늘(8일) 오전 선고공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서 박 시장은 시장직을 잃었다.
이제 가장 먼저 호칭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선출직 공직자가 벌금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 받았을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박경귀의 아산시장 당선은 무효이며, 이제부터 그를 박경귀 씨라고 칭해야 한다.
사실 박경귀 씨가 혐의를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재판 초기부터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파기환송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판단은 단호했다. 그런데도 박 씨는 예정했던 국외출장을 강행했고, 기획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며 치적 홍보에 집중했다.
대법원 선고가 예고된 오늘(8일) 오전에도 복합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4 충남 기독교연합회 목회자 부부 체육대회'에 참석하는 등 시장으로서 일정을 보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박 씨의 상고 이유다. 법조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 박 씨는 온통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다시금 지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박 씨는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보도자료·성명서를 통해 상대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후보 원룸 허위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2심과 파기환송심 재판부 모두 일관되게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씨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원심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성명서 작성·배포 당시 해당 성명서를 본 사실조차도 없어 성명서 등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고, 해당 성명서 등은 피고인이 직접 작성하거나 배포한 것이 아니다"고 박 씨 측은 주장했다.
심지어 박 씨는 모든 책임을 당시 선거캠프 박완호 총괄본부장에게 떠넘겼다. "2022년 5월 지역기자 A 씨에게 '오(세현) 후보가 향후 재개발이익을 누리기 위해 원룸건물을 허위 매각한 것 같다'는 취지의 제보와 함께 이 건물 등기부 등본 사진을 받게 되자 위 내용을 선거캠프 총괄인 박완호에게 전달해준 것이 전부"라는 게 박 씨 측 항변이었다.
박 씨 측은 더 나아가 "그 이후 기초자료 조사, 성명서 작성·배포, 나아가 위 성명서를 원용한 기사의 인터넷 주소 링크 주소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작성하고 이를 배포하기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공소사실로 나와 있는 모든 행위는 전적으로 위 박완호의 판단 하에 기획되고 실행됐다"는 논리까지 펼쳤다.
책임 떠넘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씨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지역기자 A 씨, 박완호 본부장, 보도자료 작성자 B씨가 주도적으로 실행했고 이들 세 명은 공소사실에 대해 형법상 광의의 공범 관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박경귀 씨 - 글쓴이)의 단독범행으로 구성한 공소사실은 위법해 공소사실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항변했다.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할 말을 잃게 하는 항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인 ㄱ 씨는 오늘(8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씨 입장에선 원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는 논리를 펴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에 부합하는 논리라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잘난 체’ 일관했던 박 씨 2년 3개월, 시정 공백 최소화 해야
법적 판단과 별개로 박 씨가 지난 2년 3개월간 보여준 행보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낙제 수준이었다. 아산시민연대는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박 씨에 대해 "자기 주장만이 가장 옳다는 식의 ‘잘난 체’로 일관했고 독선과 불통 행정으로 시민을 절망시켰다"고 혹평했다.
아산을 지역구로 둔 안장헌 도의원(민주, 아산5)도 "(박 씨는) 취임 이후부터 현재까지 아산시장으로서 보여준 시민들과의 갈등과 불통을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산의 발전 가능성을 살리지 못한 책임에서 그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해야 할 때"란 입장을 밝혔다.
비록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완성했지만, 내년 재선거까지 8개월 가량 시정공백은 불가피하다.
대행체제를 맡은 조일교 부시장, 그리고 아산시의회가 시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박 씨 재임 기간 동안 분열된 아산시를 추스리는 일에도 앞장서주기 바란다.
앞으로의 과정 예의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