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아산시청 팀장급 공무원이 언론 기고를 통해 박경귀 아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아산항 개발’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보복성 인사발령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아산시 문화유산과 문화재관리팀 지아무개 팀장(당시)은 지역 신문인 <온양신문>에 7월 3일자로 ‘아산만 갯벌은 보존될 수 있을까?’란 제하의 칼럼을 기고했다. 지 팀장은 기고문에서 아래와 같이 적었다.
“2021년 7월 한국의 갯벌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갯벌이 등재결정된 것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한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중략)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한국의 갯벌이 등재되기 이전 대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한국의 갯벌이 최종 등재되기 이전 유네스코 자문기구에서 등재 신청한 5개 지역으로는 한국의 갯벌을 포괄할 수 없으니 그 주변지역과 새로운 신규지역을 더 확대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5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강화만, 남양만, 아산만 일원이 추가적으로 언급됐다.”
지 팀장은 그러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국제기구의 권고는 단순히 권고로만 끝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산만 갯벌의 대다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아산시에서 이곳에 아산항만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언컨대 아산만 갯벌은 당연히 보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끝맺었다.
하지만 지 팀장은 언론기고 1주일 뒤인 10일자로 장재리 소재 배방읍 환경관리팀 주무관으로 발령 받았다. 팀장에서 주무관으로 직급이 강등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산시 총무과는 7일자로 지 팀장에 대해 감사를 의뢰했다.
아산시는 정당한 인사라는 입장이다. 총무과 유종희 과장은 오늘(25일) 오전 기자와 만나 “지 팀장이 1주 2회 고려대학교 강의를 이유로 겸직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까지 왕래해야 하기에 겸직을 불허했지만 지 팀장은 아랑곳없이 강의를 나갔다. 여기에 언론 기고를 통해 시장 공약에 반대의사를 피력한 건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언론기고가 문제? 내부 논의는 활발했나?
그러나 아산시 입장은 궁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 팀장은 지난해 5월부터 <온양신문>에 2개월 간격으로 고정 칼럼을 기고하며 행정 당국의 지역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개발 중심 시정을 자주 비판해왔다.
지 팀장은 2022년 12월 16일자 기고문에선 “위치가 파악된 아산지역의 산성에 대해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현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의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개발만이 아산지역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논리는 놀라움을 넘어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개발 중심 공약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 올해 4월 29일자 기고문에선 “아산지역은 최근 각종 개발로 인하여 도시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로 인하여 지역 내에 지금도 많은 매장문화재가 발굴되고 있다. 이렇게 발굴된 유적 중 앞서 이야기한 아산지역 내 마한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며 “이제는 아산이 백제보다는 마한을 우선적으로 외쳐야 할 때”라는 제안도 내놓았다.
2022년 8월 19일자 기고문엔 “아산은 역사적으로나 지형적으로 바다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아산만이라는 명칭에 왜 아산의 지역명이 관칭되어 있을까? 바다와 그리고 그곳에서 연결되는 내륙의 하천이 아산에서 가지는 중요성과 의미가 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의 아산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잘 찾아지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해당 기고문을 본 시민 A 씨는 “타당한 주장을 한 분에 인사불이익을 준 건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 “국토부나 환경부, 충남도 등 이해당사자 모두가 아산항 개발엔 미온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보복인사라고 못 박고 나섰다. 아산시민연대 박민우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시장 시정에 반대입장을 낸 공무원에 대해 인사불이익을 가하는 행태가 이전에도 공공연하게 있어 왔다”며 “지 팀장이 아산항 개발에 따라 벌어질 현실적 상황을 기고문에 담았는데, 이를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준 건 직권남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유종희 총무과장에게 “아산항 개발 등 박 시장 핵심 공약에 대해 내부적으로 찬반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고, 반대 의견 개진을 이유로 인사불이익이 가해지지 않았다면 정당한 인사였을 것이다. 아산항 개발 문제에 내부논의가 활발했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총무과장은 “내부 논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 팀장의 의견개진은 방법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기자는 지 팀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지 팀장은 24일부터 육아휴직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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