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기준 실 투자액 ‘고작’ 818억, 총 52건 중 27건 ‘검토 중’
시민사회 "구속력 없는 투자협약, 치적으로 내세우는 관행 시정해야"
[아산신문] 대법원 확정판결로 아산시장직을 박탈당한 박경귀가 시장 재임시절 투자유치 성과를 과도하게 부풀린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시민사회에선 정치권이 구속력 없는 투자협약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산시는 지난 7월 12일 '아산시 민선 8기 전반기 외자 유치 실적 역대 최대'란 제하의 기획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아산시는 이 보도자료에서 "민선 8기 아산시가 전반기 2년 동안 역대 최대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선전했다.
"민선 8기 2년 동안 중국 강풍전자, 미국 린데, 영국 에드워드, 룩셈부르크 로타렉스, 독일 파이퍼베큠, 일본 오바노보루 투자조합 등 6개 기업과 총 4,535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아산시는 이어 "민선 8기 전반기에 투자협약서를 체결한 국내외 기업들이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연관 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이행상황은 미미하다. 기자는 아산시에 '박경귀 재임기간 중 국-내외 기업과 맺은 투자협약(MOU)'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투자유치과는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아산시는 국내기업 45건, 외국투자기업 7건 등 총 52건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2024년 9월 기준 투자완료액은 국내기업 5건 818억에 그친다. 외국투자기업 1건은 투자 검토 중이고, 26건은 투자 준비 중이다. 총 협약건수 52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건이 아직 이행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투자유치과는 국내기업 15건(5조 6천 여 억원), 외국투자기업 5건(2억 5,500만 달러) 등 20건의 투자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중간에 투자가 이행되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현 시점 기준 아산시가 실제 손에 쥔 건 818억 원일 뿐이다. '4,535억 규모 역대 최대 외자유치 성공'이라는 선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더욱 놀라운 건, 투자유치 성과를 선전한 기획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점이 대전고법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 직후라는 점이다. 이때 대전고법은 박경귀에 대해 원심과 같이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저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실적을 부각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 자신에게 불리한 재판 관련 보도를 덮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역언론 수십 곳이 아무런 검증 없이 아산시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민연대 박민우 대표는 "투자실적 부풀리기는 비단 아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지만, 정작 아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면 이는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산 지역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실적 부풀리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