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획] 유학생이 바라본 한국문화⑯ - 우크라이나 ‘레브추크 알리나’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기획] 유학생이 바라본 한국문화⑯ - 우크라이나 ‘레브추크 알리나’

"드라마 속의 그 아름다운 주인공들처럼 ‘알리나의 행복한 드라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
기사입력 2018.05.28 11:4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아산신문] 아산신문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유학 생활 중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자 선문대 한국어교육원(원장 하채수)의 협조를 얻어 연재한다.

KakaoTalk_20180510_101551671.jpg
 
나의 이름은 알리나, 국적은 우크라이나, 한국 나이로 28살이다. 나는 작년 8월에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한국 땅을 드디어 밟았다.

선문대에서 외국인 장학생으로 초청을 해 주신 덕분에 현재 한국어교육원 고급반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꿈속에 그리던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드라마 가운데 잊을 수 없는 일화 몇 가지를 사랑하는 나의 한국 친구들에게 들려드리고자 한다.

내 인생의 드라마에서 한국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한국에 오기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 드라마앓이를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한국 드라마 폐인’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자마자 나는 한국 문화에 빠져들었고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문화적인 충격으로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남녀 관계의 순수함에 깊이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KakaoTalk_20180510_101527890.jpg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랑만큼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게다가 한국 드라마 속에서는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나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아무리 악인이라 할지라도 처절한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통해서 갈등이 해결된다.

이렇게 한국 드라마에는 인간다운 인간관계가 있었고 스스로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본받고 싶게 하는 힘이 있었고, 인간성 회복이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로 인해 큰 감동을 주었다.

마침내 나는 이처럼 정의로운 한국 사람들과 내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씀처럼, 그리고 나는 드라마처럼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찍은 내 드라마를 들려 달라면, 나는 가장 따뜻했던 어느 추운 겨울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유학 초기에 나는 한국말을 연습하기 위해 어떤 한국 아주머니에게 용감하게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도중에 그 아주머니께서는 친엄마처럼 다정하게 내 손을 꼬옥 잡고서 "한국의 겨울 날씨가 춥지 않으냐, 유학생활 힘들지 않으냐, 나이는 몇이나 됐냐? ······"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나에게 갑자기 자기를 ‘엄마’라고 부르라고 말씀하셨다.

‘아니, 엄마라니!! 당신이 내 엄마라고요?’ 나는 마치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나 만난 지 겨우 몇 분밖에 안 되었을 뿐인데 처음 본 낯선 외국인에게 엄마라고 부르라는 다정다감한 사람들, 그게 바로 한국인이었다.

KakaoTalk_20180510_101559746.jpg
 
멀리 유학을 와서 외로울 까봐 기꺼이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곁을 내어주신 아줌마, 그 분이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진짜 엄마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지금 엄마가 두 명이다.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엄마도 사랑하지만 추운 겨울날 내 손을 꼭 잡아주셨던 한국 엄마도 나는 정말 사랑한다.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속에서 한국의 자연과 경치는 또 어떠한가? 방학 때 바다가 보고 싶어서 한국 친구들을 졸라서 함께 여행했던 외도라는 섬을 결코 잊을 수는 없으리라!

내가 처음 만났던 바다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파도가 넘실대는 그런 바다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물이 거의 없이 검은흙만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였다. 바다에는 썰물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이렇게 된다면서 한국어로 '갯벌'이라고 친구들이 알려주었다.

하루에 두 번씩 바다가 육지로 변했다가 육지가 바다로도 변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마냥 신기했다. 그것은 마치 ‘하늘이 땅이 되었다가 땅이 하늘로 바뀌었다.’는 말처럼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낮과 밤이 바뀌어야 새로운 날도 가능하고, 봄여름과 가을겨울이 계속 바뀌어야 새로운 계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인생도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물이 없는 한국의 바다와 갯벌덕분에 나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180510_101536550.jpg
 
그런데 거기! 밀물과 썰물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그 바닷가에서 나는 또 한편의 드라마를 찍을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번데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곤충들을 먹게 되고 기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세상에!! 어떻게 징그러운 곤충을 먹을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여러 번의 망설임과 고민 끝에 '그냥 도전해 보자! 설마 죽지는 않겠지'라는 심정으로 눈 딱 감고 한번 먹어 봤다. 그런데 첫 냄새는 고약했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맛도 고소하고 괜찮았다. 게다가 실제로 먹어본 후에, '뚝배기보다는 장맛'이라는 한국 속담의 뜻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징그럽게 보이던 번데기의 겉모습도 더 귀엽게 보였다. 이렇게 한국인들은 벌써 옛날부터 먹고 있었던 미래의 음식을 나는 먹어 보게 되었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 하나를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드라마 같은 나의 인생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한국 오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드라마 촬영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서 영화나 TV는 각종 정보는 물론 사람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대중문화도 경험할 겸 해서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의 하나님께서는 그 소원을 너무나 빨리 들어주셨다. 마침 우리 선문대에서 '로봇이 아니야'라는 드라마를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달려간 그곳에서 나는 드라마에서 자주 보았고 너무나 좋아하던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어를 좀 말할 수 있었지만 긴장한 나머지 “저는 알리나라고 합니다.”라는 말밖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래도 다행히 사인 하나를 받아서 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그토록 꿈꾸었던 한국에 와서 이처럼 놀라운 경험들을 하면서 날마다 행복한 드라마를 찍고 있다. 아직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드라마 같은 나의 인생에 대하여 한국 드라마 속의 그 아름다운 주인공들처럼 앞으로 ‘알리나의 행복한 드라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특별취재반 기자 @]
<저작권자ⓒ아산신문 & www.assinmun.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70347
 
 
 
 
 
     주소 : 충남 아산시 모종남로 42번길 11(모종동) l 등록번호 : 충남,아00307(인터넷) / 충남,다01368(주간) l 등록일 : 2017. 07. 27         
           발행인·편집인 : 김명일 ㅣ 편집국장 : 박승철 ㅣ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현자
               대표전화 : 1588-4895 l 기사제보 : 041-577-1211 이메일 : asan.1@daum.net      
    
                            Copyright ⓒ 2017 아산신문 All rights reserved.  
                   
아산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