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유성녀 문화예술분야 특보가 아산시가 기획하는 각종 대형축제에서 일감을 독식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해왔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유 특보가 막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새로이 확인했다. 유 특보를 둘러싼 의혹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 1부에서 이어집니다.
→기사원문 : [기획 ⓵] 일감 몰아주기 의혹 유성녀 특보, 막후에서도 영향력 행사했다 – 아산신문-아산의 등불 (assinmun.kr)
[아산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은 민선 8기 임기 내내 아산에 문화예술도시란 이미지를 입히는 데 남다른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영입한 이가 바로 유성녀 문화정책특보였고, 굵직한 축제에 총감독을 맡겼다. 그러나 유 특보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다.
유 특보가 처음 총감독을 맡았던 공연은 2022년 12월 '제1회 아트밸리 아산 오페라 갈라 콘서트'였다. 이때 유 특보는 직접 출연해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수록곡 중 하나인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를 불렀다.
그런데 이 곡은 아산에서만 연주되지 않았다. 유 특보는 김봉미 지휘자와 2021년 9월 안산, 2022년 9월 창원, 2022년 10월 연천 등에서 '팬텀 & 퀸'이란 타이틀로 공연했고 출연 때마다 위에 적은 모차르트의 곡을 불렀다. ('네이버'·'다음' 등 검색 포털에 '유성녀'와 '마술피리'를 검색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산에서도 2023년 1월 '팬텀 & 퀸' 공연이 열렸다. 당시 유 특보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유 특보와 한동안 함께 했던 김봉미 지휘자, 그리고 유 특보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후배인 안혜수 소프라노가 출연했다. 또 '국립경찰병원 유치기념 신년 음악회'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기존 '팬텀 & 퀸' 타이틀은 그대로 사용했다.
공연의 기본적인 얼개도 '베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기존 '팬텀 & 퀸' 공연의 콘셉트는 '뮤지컬 마술 클래식이 함께하는 마술콘서트'다. 아산 공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산문화재단이 2월 16일자로 발행한 소식지 <멋지게>에선 '국립경찰병원 유치기념 신년 음악회' 얼개를 이렇게 소개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신년음악회가 단순한 클래식 공연에 머물지 않고 '팬텀 & 퀸'이라 명명된, 출연진들과 함께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리아와 뮤지컬, 인기 대중가요에 마술사 최형배가 진행하는 마술 콘서트를 곁들이며 관객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상했다는 사실이다."
소식지의 소개대로 '팬텀 & 퀸' 공연은 마술콘서트란 콘셉트로 타 지역에서도 이미 열렸었다. 심지어 최형배 마술사도 늘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요약하면 타 지역에서 하던 공연을 아산에서 '재탕'한 셈이다.
아산시도 이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 문화예술과는 2월 15일자로 기자에게 보내온 답변서에서 "‘팬텀&퀸’은 오케스트라와 성악으로 구성된 고퀄리티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으로 과천·순천·창원·대구·논산 등 순회공연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며 "2023년 아산시는 기존 순회공연 프로그램으로 신년음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존 공연 재탕했지만, 아산시 ‘함구’
하지만 박 시장이나 담당부서인 문화예술과는 행사 홍보과정에서 '팬텀 & 퀸'이 기존 순회공연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단지 "단순 음악회를 넘어서 뮤지컬·마술·대중가요 등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고품격 공연을 준비해 민선 8기 아산시가 추진하는 '365일 축제와 공연이 넘치는 문화도시 조성'에 일조한다는 목표 하에 준비했다"는, 다분히 틀에 박힌 홍보문구로 선전했을 뿐이다.
경기도 광주시 홍보대사 활동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경기도 광주시는 지난해 8월 유 특보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아산시가 개최하는 대형 문화행사를 사실상 '독식'한 유 특보가 타 지자체 홍보대사로 위촉 받아 활동하는 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등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예술감독 A 씨는 "유 특보 경력은 총감독을 하기에 한참 못미친다. 유 특보 정도의 경력을 가진 이에게 총감독 대우를 해주는 곳은 아산이 유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개인과 연달아 계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특정 업체와 지속적으로 계약한다면 계약 담당자가 감사를 받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아산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고만 알렸다.
유 특보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비판에도 아산시는 지난 1월 유 특보에게 올해 4월 열릴 예정인 '제63회 성웅이순신축제' 총감독을 맡겼다.
지역예술인들 사이에선 유 특보의 입김이 점점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예술인 B 씨는 오늘(16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 관계자로부터 앞으로 시와 연계해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려면 유 특보를 통해야 한다는 언질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이제 결론이다. 민선 8기 들어 아산시가 개최한 대형 문화행사엔 어김없이 유 특보의 입김이 들어갔다.
개별 공연이었던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콘서트', 그리고 '락 페스티벌' 당시 김신우 조감독 위촉 등 개별적인 사안에도 유 특보는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는 "서울·세종·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 순회공연 중이었던 나윤선을 아산에서도 초청했다"고, 그리고 김신우 조감독은 “보조사업자인 온양문화원이 락페스티벌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섭외‧위촉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문제는 유 특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역예술인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지난해 62회 이순신축제에 총 16억에 이른 예산을 들였지만 지역예술인들에겐 3천 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돈을 쓴 사실은 '문화예술 도시'라는 허울 좋은 구호에 가려진 지역예술인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 특보, 더 나아가 그를 위촉한 박경귀 시장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땅하지 않다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지역예술인 C 씨는 "요즘 들어 시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많다고 본다. 그리고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권한을 행사하는데, 시의회 등 시장 권한을 견제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는 뜻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