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지는 아산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진행 과정에서 소수 임원들이 사업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경이 수사에 들어간 사실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 당국에 접수된 회계자료를 입수했다. 본지는 회계자료를 토대로 횡령 의혹의 실체를 차례로 고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산신문]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지난 2020년 10월이다. 당시 이 사업을 주관했던 한국미술협회 아산지부(아래 미협)는 '공공프로젝트 TF'를 꾸렸고, 다음 달인 11월엔 아산시와 협의해 실행계획서를 마련했다.
"아산시 관광명소인 신정호 주변의 토지와 건물을 임차해 미술전시 갤러리와 시민들에게 미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을 조성하고 그 공방과 갤러리에 작품 메신저인 갤러리 간판과 상징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였다.
갤러리 실내건축은 2020년 12월 착수해 2021년 1월 작업이 끝났다. 이어 2021년 3월 갤러리에 평면 작품을 설치하고 공방 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교부금은 2020년 12월과 2021년 4월 두 차례 지급됐다.
이 사업은 광고대행사인 ㄱ업체가 맡아 기획했다. 이 업체 대표 A 씨는 오늘(26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협에 오랜 기간 몸담긴 했다. 하지만 미협과의 인연이라기보다, 사업 제안을 접했을 때 기획자가 없었고 그래서 내부 논의과정에서 기획을 맡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전문업체가 아닌, 광고대행사 대표가 전시기획을 맡은 건 어색하다는 지적이 지역예술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건 ㄱ업체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정호 카페 일원에서 열렸던 제1회 '100인 100색전'에서도 전시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당시 이 업체는 전문업체 세 곳과 경쟁했지만 아산시의 선택은 ㄱ업체였다. 이를 두고 지역예술인들 사이에선 ‘일감 몰아주기’라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아산시의회 김미성 의원(더불어민주당, 라 선거구)은 지난 6월 실시했던 제243회 문화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 때 굳이 ㄱ업체를 선정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아산시 문화관광과 김선옥 과장은 김 의원의 질의에 '문제없다'고 답했다. 김미성 의원과 김선옥 과장 사이에 오간 질의는 이랬다.
김미성 의원 : 이 사업체의 사업자등록증을 보았습니다. 업종명을 보면 전시기획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의문이 드는데요. 업종을 보면 상업 인쇄, 간판·옥외 광고, 일반서적 출판, 도배 실내장식, 디자인 용역, 산업 디자인 이런 식입니다. (중략)
한편 공모에서 탈락된 경쟁 사업자가 세 곳이 있었습니다. 그 세 곳의 업종들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갤러리 경영업, 다른 업체는 전시기획 시각 디자인업 또 다른 업체는 예술품·골동품 소매업입니다. 즉, 이 업종들만 보면 탈락된 업체들이 선정된 업체보다는 전시나 기획 쪽에 좀 더 밀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선옥 과장 : 22년도에 100인100색전을 문화예술 브랜드화 사업으로 했지만 이 사업의 성격은 의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미술의 어떤 조예라든지 전시라든지 전시 역량이라든지 작품을 선정하는 전문성이 충분히 보장이 되는 그런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우리가 공모를 통해서 업체를 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절차상의 문제는 없고요. 업종이 문제가 돼서 이 업체가 업종이 제한이, 안 되는 사업자가 선정된 것은 아닙니다.
보조금 환수 조치 이력에도 시청과 ‘밀월’
놀라운 건 ㄱ업체가 아산시로부터 시 보조금 환수조치를 당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ㄱ업체는 미협이 개최한 '2012~2014 정기전' 보조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아산시는 지난 2015년 4월 2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2013년 운송비로 지출된 업체는 운송 관련업체로 볼 수 없으며 액자 제작과 재료비 증빙이 없어 불인정 대상"이라는 게 조치 이유였다. 하지만 A 대표는 경위를 묻는 기자에게 “환수 조치 당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전력에도 ㄱ업체는 꾸준히 아산시로부터 계약을 따냈고, 업태와 무관한 전시기획까지 맡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아산시 계약정보조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바 ㄱ업체는 2015년 4월 1일부터 민선 8기 출범 이전인 2022년 6월 30일까지 아산시와 맺은 계약건수는 총 511건이었다. 총 계약금 규모만 1,173,210,840원에 이른다.
민선 8기 박경귀 아산시장 취임 이후에도 ㄱ업체는 꾸준히 계약을 따내는 중이다. ‘2023년 하반기 목욕, 이미용권 제작’·‘제73회 6.25전쟁 기념식 행사운영물품 구입’ 등이 주요 실적이었고, ‘신정호 아트밸리 승강장 리뉴얼 용역’·‘아트밸리 아산 도시브랜드(BI) 디자인 개발 용역’ 등 민선 8기 박경귀 아산시장이 중점 추진하는 사업 관련 용역사업 계약도 맺었다.
이를 두고 지역예술인들 사이에선 "ㄱ업체 대표가 아산시 고위공무원과 친분이 두텁다. 이 고위공무원이 대표에게 일감을 몰아준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업체 대표 A 씨는 "해당 공무원과는 동갑이긴 하다. 하지만 친구의 친구일 뿐"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3달간 5천 여 만원 흘러들어갔지만, 내역은 ‘빈칸’
문제는 자금 흐름이다. 기자는 검찰에 진정 접수된 회계자료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ㄱ업체와 업체대표 A 씨에게 총 17차례에 걸쳐 53,090,312원이 흘러들어갔다. 3개월 동안 월평균 1,700여 만원을 받아간 셈이다.
그러나 회계장부에 자세한 명목은 적혀 있지 않다. 그저 업체명과 대표자 이름과 인건비 3차례 받아간 내역, 그리고 영상제작비·간판비·작품비 항목만 눈에 띌 뿐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명분 없는 돈은 받아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적었듯 ㄱ업체 대표 A 씨는 혐의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자주 눈에 띈다. A 씨는 이번에 언급한 항목 외에 다른 명목으로도 사업비를 빼돌린 정황이 존재한다. (이는 후속보도로 다룰 예정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수사의지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위로
목록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