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지는 아산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진행 과정에서 소수 임원들이 사업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경이 수사에 들어간 사실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 당국에 접수된 회계자료를 입수했다. 본지는 회계자료를 토대로 횡령 의혹의 실체를 차례로 고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산신문] 지난 2021년 3월 문을 연 아산시 방축동 소재 '갤러리 산책'은 앞선 해인 2020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사업에 공모해 선정된 곳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증진한다는 게 갤러리 산책의 개관 목표였다. 하지만 장소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과정 전반은 의문 투성이다.
기자는 임대차 계약서 원본을 입수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미술협회 아산지부(아래 미협)는 2020년 12월 18일 건물 소유주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갤러리를 열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020년 12월 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였고, 미협은 계약 당시 보증금 600만원을 소유주 ㄱ 씨에게 건넸다.
미협은 이어 건물임차료 5개월분 1500만원과 작업공간사용료 900만원 등 총 2400만원을 소유주에게 선지급했다. 이어 특약에 가압류 등 소유주에 사정이 생겨 건물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선지급한 임차료·사용료 2400만원에서 사용기간까지 월 사용료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해당하는 사용료 잔액, 그리고 보증금 600만원을 전부 반환하기로 약정했다.
석연찮은 점은 건물임차료와 작업공간사용료 항목이다. 복수의 지역예술들은 "건물임차료와 작업공간사용료가 왜 같은 항목에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더 큰 문제는 최초 계약 이후 약 5개월 후인 2021년 5월 21일 계약내용이 일부 바뀐다는 점이다. 먼저 1차 계약과 2차 계약서상 계약기간은 똑같다. 하지만 1차 계약 당시 600만원이던 보증금은 2차 계약에선 3000만원으로 5배 뛰었다.
그런데 보증금 지급 과정을 들여다보면 의문부호가 찍힌다. 일단 미협은 소유주에게 기 지급한 보증금 600만원에 더해 2400만원을 얹어 총 3000만원을 줬다. 여기서 1000만원을 2차 계약 시점에 소유주 은행계좌로 지급했고 나머지 1400만원은 현금으로 건넸다.
미협 돈 600만원이 ㄱ업체 대표 돈으로 둔갑?
특약사항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1차 계약과 마찬가지로 2차 계약 역시 '가압류 등 소유주에 사정이 생겨 건물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선지급한 월 사용료 중 사용기간까지 월 사용료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해당하는 사용료 전액을 반환한다'는 조건은 그대로였다.
다만 보증금 반환시 총 3000만원 중 2400만원은 미협에, 그리고 나머지 600만원은 특정 개인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했다는 점이 눈에 띤다.
놀라운 건 여기서 말하는 '특정 개인'이 일감 몰아주기와 페이퍼 컴퍼니 의혹을 받는 광고대행사 ㄱ업체 대표 조 모 씨라는 점이다.
2020년 12월 1차 계약당시 보증금 600만원은 미협이 부담했다. 그런데 2021년 5월 변경된 계약서엔 똑같은 액수의 돈이 ㄱ업체 대표 조 씨에게 흘러들어가게끔 특약에 명시한 것이다.
기자는 부동산업자와 법조인에게 이 같은 계약내용이 정상적인지 물었다. 다만, 정보 보호를 위해 '갤러리 산책'·미협·ㄱ업체 대표 조 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부동산 계약 당시 건물임차료와 작업공간사용료를 한 항목에 표시한 점, 그리고 계약서가 한 차례 바뀌고 이 과정에서 기관이 자부담했던 보증금이 특정 개인에게 흘러들어가도록 특약에 명시한 점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자 A 씨는 "사정이 생겨 계약이 바뀔 수는 있지만 3년 약정 계약을 5개월 만에 변경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갤러리 산책은 국·도·시비 지원을 받아 개관한 곳이고 따라서 회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시에 보고할 때 문제가 지적되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건물임차료와 작업공간사용료를 구분한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조인 B 씨는 "변경은 자유지만, 계약의 근본적인 취지는 상황변화에도 처음의 약속을 이행하자는 취지"라며 계약변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계약 내용이 바뀐 저간의 상황을 보면 혹시라도 계약당사자인 미협과 건물 소유주 간 이면계약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인다"고 말했다.
물론 계약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미협 회장이 현 신 모 씨로 교체된,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그런데 신 씨는 오늘(11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약은 된 상태였고 대표자 명의만 바뀐 것일 뿐이다. 회계 등 (실무에) 관여한 바 없다"고 답했다.
부동산 계약서 등 관련 자료는 천안지검에 접수됐고, 현재는 아산경찰서가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예술인은 경찰을 겨냥해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엄연히 국민 혈세로 한 사업이다. 석연찮은 점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위로
목록